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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새로운 고통의 시작>2부/잘못된 선택이 부른 불행/7회짝잃은 기러기의 악몽2013-02-08 [10:36:38]
작성자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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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새로운 고통의 시작>2부/잘못된 선택이 부른 불행/7회짝잃은 기러기의 악몽
기사입력 2013-01-24 07:21

[헤럴드경제=민상식ㆍ서상범기자]전남 신안군의 외딴 섬마을에 사는 김미영(41ㆍ가명) 씨. 그의 남편은 6년 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남편의 나이 고작 37세였다. 김 씨 부부는 평생을 가난 속에 살다가 결혼했다. 여러모로 부족한 살림이었지만 그래도 김 씨는 행복했다. 남편이 있기에 더욱 나은 미래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날 남편이 아프기 시작했다. 심한 통증에도 몇 년을 꿋꿋이 버티던 남편은 어느 순간 무너졌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계속되자 남편의 우울증이 심해졌고 결국 삶을 비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편이 떠나고 초등학교 5학년생 딸과 남은 김 씨는 큰 슬픔에 잠겼다. 남편이 죽은 뒤 김 씨는 버릇이 생겼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딸을 위해 섬에서 수산업 관련 노동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지만 마음의 상처와 당뇨병까지 겹쳐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남편이 죽은 뒤 삶이 더욱 힘들어지자 김 씨 역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김 씨는 매일 딸아이 앞에서 ‘죽고 싶다’는 얘기를 한다.


김 씨는 우울증 치료도 받을 수 없다. 작은 섬마을이라 정신 치료를 받을 병원, 상담할 곳이 전혀 없다. 자살자의 아내라는 마을 사람들의 수근거림도 김 씨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남편이 죽었을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딸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됐다. 그러나 김 씨의 딸도 최근 인터넷을 통해 자살 예방상담을 받고 있다. 엄마가 언제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부친을 자살로 잃은 슬픔, 마을 사람들의 손가락질에 김 씨의 딸도 점점 지쳐가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 배우자를 잃은 슬픔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정신의학회(APA)는 사랑하는 사람을 자살로 잃었을 때 받는 정신적 충격을 ‘참사(Tragic Incident)’로 분류했다. 이는 강제 수용소 경험과 같은 수준이다.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과전문의는 “배우자와의 사별은 사인별 스트레스 수치 가운데 1위를 차지한다. 배후자의 자살 징후를 몰랐던 남편(아내)은 상실감에, 징후를 알고 있던 사람은 죄책감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그만큼 배우자의 죽음은 남겨진 사람에게 엄청나게 큰 충격”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배우자가 자살하면 배우자를 따라 자살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배우자의 자살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자살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부부 관계가 친밀할 수록 배우자를 따라 자살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정택수 자살예방센터 상담팀장은 “부부 관계가 너무 좋은 상황에서 배우자에게 나쁜 일이 닥치면 남겨진 사람은 말로 헤아릴 수 없는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 충동으로 배우자를 따라 죽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배우자와 사별(자살 등)한 뒤 자살한 사람은 2007년 1725명에서 2011년 1955명으로 증가했다. 남편을 따라 죽는 경우는 여성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아내와 사별한 남편이 자살한 경우는 2007년 634명, 2011년 723명이었던 반면, 남편을 잃은 여성의 경우 2007년 1091명, 2011년 1232명이 자살했다.

배우자가 자살하면 남겨진 사람은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는다.

김 전문의는 “남편이 자살한 경우 당장 생계에 집중해야 하는 아내들이 정신적 치료 부분에 대해 소홀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팀장도 이어 “남편이 자살하면 아내가 생업에 뛰어들어야 하는 등 경제적으로도 궁핍해진다”면서 “국가에서 경제적 여유가 있도록 사회복지적으로 자살 유가족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홍현숙 가톨릭대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 유가족의 경우 우울증 등 정신적 충격을 겪으면서 진료비가 2.9배, 정신과적 의료 이용은 4.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배우자가 자살한 뒤 남겨진 사람을 손가락질하는 한국 사회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 팀장은 “한국 사회는 자살을 큰 죄로 생각해 남겨진 남편(아내)을 욕하고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이들은 죄인인 것처럼 이웃 몰래 다니고 심지어 이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자살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남겨진 사람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다. 현행 자살예방프로그램은 유족보다 자살자와 시도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정 팀장은 “배우자를 자살로 잃은 사람은 정신과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걷어내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국가 사회적으로도 자살 유가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유가족 돌봄 서비스 등을 통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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