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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마음이 자살예방 열쇠입니다2013-02-08 [10:33:08]
작성자 운영자
[더 나은 미래] 감사의 마음이 자살예방 열쇠입니다
기사입력 2013-01-22 03:03

김민석(38·가명)씨는 27년간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해있었다. 병원 내에서도 벌써 다섯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약효가 가장 강한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해도, 그의 망상과 발작은 나아지질 않았다. 그런 그가 7개월 전, 마음쉼터 '위드하우스(with house)'를 만났다. 그의 우울증은 하루가 다르게 치료되기 시작했다. 온종일 병실에 누워 꼼짝하지 않던 그가 이제는 하루 일정을 미리 계획하기 시작했다. 명상, 식사, 청소, 운동, 텃밭 가꾸기, 독서 등 잠시도 누울 겨를이 없다. 아버지를 피해 폐쇄병동에 스스로 입원했지만, 이제는 아침마다 아버지를 포옹하고, 감사 인사를 전한다. 김씨는 "매일매일이 행복해졌다"며 미소를 짓는다.

위드하우스는 김씨처럼 자살을 시도했거나,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사람, 자살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마음 쉼터'다. 지난 2년 동안 50여명이 위드하우스에서 마음을 위로받았다.

"마지막 순간에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주면 삶을 포기하지 않아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지 못해 아파하는 사람들이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쉼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위드하우스 쉼터지기 정진(55)씨가 나직이 말했다.

사회복지사이자 상담가인 정씨는 서울 연희동에 있는 자신의 주택 2층을 내어, 쉼터로 꾸몄다. "왜 이곳이었느냐"고 묻자, 정씨가 창밖 소나무 숲을 가리킨다. 8년 전, 서울 연희동으로 이사 온 그녀는 주택가를 감싼 소나무 숲이 민간에 매각돼, 보존이 어려울 것이란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소나무 숲에 살고 있는 초본 식물, 목본 식물 100여 종을 직접 조사해 13쪽짜리 생태보고서를 만들었다. '숲을 지켜달라'는 정씨의 탄원서에, 서울시는 매각 결정을 취소했다. 그 이후 정씨에게는 '연희동 소나무 숲 지킴이'라는 또 다른 이름표가 붙었다. 2010년 환경재단으로부터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에 선정되기도 했다. "소나무 숲을 산책하고, 텃밭을 가꾸면서 쉼터 식구들이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습니다. 작은 씨앗이 큰 식물로 자라나는 과정을 보면서 이들은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쉼터 식구들은 매일 저녁 거실에 동그랗게 모여 앉는다. 오늘 하루 감사했던 일을 세 가지씩 찾아 이야기를 나눈다. "많은 분이 이 시간을 가장 힘들어하셔요. '삶이 이렇게 힘든데 감사할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죠. 아주 작은 것부터 감사할 일을 찾아가면,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집니다. 온종일 '죽고 싶다'는 말을 하던 이들이, 한 달쯤 지나면 더 이상 죽음을 이야기하지 않게 됐습니다." 정씨는 "자살을 해결하는 또 다른 열쇠는 가족 관계 회복"이라면서 또 다른 쉼터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가족들을 쉼터로 초대해,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함께 나눕니다. 처음 듣는 부모의 진솔한 이야기에 자살을 시도했던 자녀들도 마음을 엽니다. 부모도 자녀도 서로 큰절을 하면서, 그동안의 잘못을 나누고 용서를 구합니다."

위드하우스는 항상 열려 있다. 하루를 쉬고 가는 것도, 1년을 사는 것도 문제되지 않는다. 운영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 자살 고위험군을 분류하지도 않는다. '살고자 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쉼터에 올 수 있다. 단, 부지런해져야 한다.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밤 9~10시에 자야 한다. 매일 아침 예배, 명상, 청소, 텃밭 가꾸기, 운동, '감사 시간'은 필수다.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지만, 반드시 할 일을 정해야 한다. "수면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에 1시간 이상 누워 있을 수 없어요. 우울증이 심해지면 누운 채로 움직이지 않으려 하거든요. 또 쉼터 식구들이 다 같이 모일 때까지 식사하지 않아요. 함께 고민하고 의지하면서, 서로에게 힘이 됩니다."

위드하우스에는 입소 비용이 정해져 있지 않다. 원하는 사람만, 원하는 만큼 내면 된다. 매월 400만원씩 들어가는 운영비가 부담되지만, 이 원칙은 그대로 유지할 생각이란다. 소액 후원금으로 어렵게 운영하는 상황이지만, 정씨는 따뜻한 후원자들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한 사람이 한 명의 이웃에게 보이는 작은 관심이, 소중한 생명을 살립니다. 힘겨운 '오늘'을 넘어, 행복한 '내일'을 사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정유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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